우수선플 공모전

선플공모전 수상작 - 최우수(추승현)
관리자

내가심는나무

남문고등학교 2학년 5반 추승현

 어느 날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사이트 하나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트는 집현전이라는 이름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평가를 받고 같이 대화를 나누기도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소설, 시, 수필 등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가심는나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문학으로도 충분히 마음의 소통은 할 수 있을 터, 게다가 그곳에는 객잔이라는 자유게시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곳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그곳에서는 어떤 규격이나 제한도 없으며 사람들의 텃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이나 시, 수필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암묵적인 조건이 있었을 뿐더러 그곳의 중압감은 참 대단했습니다. 상대가 올린 작품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는 혹독하게 대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조금의 채찍질도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객잔이라는 자유게시판은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털어놓기에는 너무 가벼웠습니다. 그렇기에  자유게시판과 문학게시판의 중간격인 내가심는나무가 저에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소설을 열심히 써서 인터넷에 올리고는 했지만 독자가 존재하지 않는 홀로 된 공간에서의 연재였습니다. 그곳에서 한창 글을 쓰다가 잠시 중단하고 나서 몇 개월 후에 저의 글을 보니 글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곳에서든 나의 글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심는나무는 달랐습니다. 그곳에서는 나의 글을 올리면 사람들은 거기에 따른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고는 했습니다. 악의적인 내용은 없었으며 나의 고민을 말하면 그것을 귀담아 듣고 저에게 위로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에 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한 그곳에 있는 글 또한 나를 설레게 했습니다. 기막힌 발상과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 그 곳에서는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을 하나 읽으면 그 글에 깊은 감명을 받아 잠시 동안 멍해지고는 했습니다. 책에서의 일방향적인 소통을 하던 저에게 이 공간은 아주 특별한 글 읽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이곳에서 글을 쓰다 보니 자신감이 생긴 저는 그곳에 있는 소설이나 시를 올리는 곳에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꾸준히 활동을 하여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도 내가심는나무에 와서 저의 언어를 꾸준히 담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수차례 글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된 고등학생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에는 저에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준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곳에서 소통해준 사람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심는나무라는 말은 정말 잘 지은 것 같습니다. 나의 글은 모두 나무였습니다. 그것은 성장하지는 않지만 한 번 자리 잡은 것은 다시 뽑지 않는 이상 일 년이고 십 년이고 그 자리에 뿌리 깊게 자리를 잡습니다.
 최근 이 나무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주위에서는 착한나무심기 운동이 한참 진행되고 있고, 정부에서는 나쁜 나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나무를 심으려면 자신의 실명도 심어야 하는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이름으로 생각을 표현하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것에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단지 사람들이 자신이 심은 나쁜 나무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지 자각하게 된다면 그런 나무를 심게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디 인터넷이라는 세상에 착하고 아름다운 나무만이 심어져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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