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선플 공모전

선플공모전 수상작 - 장려(권정햬)
관리자
흐르는 선플처럼

권정혜

 딸아이에게 한창 모유수유를 하던 때였다.
 남편은 모유수유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이따금씩 사진을 찍었는데, 하루는 사진들을 이어 붙여 UCC동영상으로 만들어줬다. 잔잔한 음악이 깔린 동영상은 기분 좋은 선물이었고 우리 가족의 특별한 추억이 될 터였다. 나는 그 동영상이 무척 맘에 들던 차에 친한 아기엄마의 소개로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비영리재단 사이트를 알게 됐다. 그래서 모유수유가 아기와 엄마에게 얼마나 좋은지를 몸소 체험한 상태여서 기꺼이 그곳에 동영상을 올렸다. 아이를 곧 가지게 될 예비엄마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하며.
 
 그런데 며칠 후, 내가 올린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많은 댓글들이 격려와 감사의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소수의 악플들 때문이었다. 뉴스기사에 달린 악플은 본 적이 있지만, 내가 당하는 상황은 처음인데다 악플의 내용이 워낙 민망해서 남편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아, 이래서 유명인들이 자살까지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언어 테러 그 자체였다. 유부남인 듯한 남자의 성적인 희롱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나이어린 남학생의 소행으로 보이는 악의적인 내용의 도배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마치 여자라는 존재자체를 죽도록 미워하는 것처럼 보였고, 아기에 대한 험담 역시 기가 막힐 정도였다.

 결국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댓글을 확인한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 나를 다독이는 게 아닌가.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다, 어찌 보면 우리사회의 기형적인 부분(특히 교육제도)이 만들어낸 소외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허허실실 말했다. 각자의 재능을 찾아주기보다 오로지 성적으로만 줄을 세우는 구조가 내가 당한 악플과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나로선 선뜻 동의할 수 없었고 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어느 날인가 낯선 이름의 메일 한 통이 날아들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남편은 사이버경찰청에 근무하는 친구의 동생을 통해 악의적인 내용을 도배한 글쓴이에게 사과 메일을 발송하라는 경고를 줬던 것이다.
 글쓴이는 아버지 주민번호로 가입한 남자 중학생이었다. 그래서인지 경고 메일을 받자마자 놀란 마음에 곧장 사이트를 탈퇴했고, 고민 끝에 메일을 보내온 것이었다. 일종의 반성문이긴 했지만, 그 중학생의 사연은 꽤 심각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가 술만 취하면 엄마와 자신을 때렸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2년 전에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여전히 술만 취하면 때리는 아버지와 자신을 함께 데리고 가지 않은 엄마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그동안 인터넷에 온갖 악플을 달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담임 여선생님에 대한 적개심에는 성적에 따른 차별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에 담기 힘든 악플을 단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쓰여 있었다.
 
 그 사과 메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 활개 치는 악플들이 실은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린 원인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이 무척 놀랍고 안타까웠다. 나는 다만 위로 섞인 답장을 겨우 써 보냈는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쩌면 그 중학생은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타의에 의한 사과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이제와 생각하지만, 만약 그 때 선플달기운동본부 사이트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악플의 해악성에 관해서만큼은 제대로 알려줄 수 있진 않았을까. 얼마 전에 선플달기운동본부 사이트를 첨부해 그 중학생에게 오랜만에 메일을 보냈다. 아직까지 답장이 없지만, 나는 믿고 싶다. 남편의 말대로 인류의 자정능력과 균형감은 신비로워서 결코 추가 한 쪽으로만 기울게 방관하지 않을 테니까. 앞으로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할 선플들이 점점 늘어나 아이들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읽고, 자연스럽게 쓰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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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y 2
정지현  2012-01-05

나...나..나이가?

happy pooh 2009-11-25

저어... 몇 살이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