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선플 공모전

선플공모전 수상작 - 우수(김동영)
관리자

고운 마음, 바른 인터넷

김동영

  “또 컴퓨터 앞에 앉아있니?”
  “잠깐만요. 친구들하고 만나기로 약속해서.......”
  “학교에서 종일 같이 있었으면서 무슨 할 말이 또 남았다고.”
  “엄마, 30 분만, 딱 30 분만 하고 나갈게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으레 시작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 나는 미리 시간을 정해 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럴 때마다 똑같은 잔소리를 되풀이 하는 엄마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무작위로 보내지는 음란성 메일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보호 장치도 했고 설령 그런 메일이 왔다고 해도 그런 것쯤은 열어보지 않고 삭제ㅐ 버리는 요령도 터득했는데.......
 그런 엄마 때문에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하는 것이라고는 심심할 때 게임을 좀 하고 친구들과 쪽지를 나누기도 하며 가끔씩은 노래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학교 숙제를 할 때나 시험공부를 할 때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것도 주말을 제외하고는 길어야 30 분에서 한 시간 정도 하는 데 엄마는 그것마저도 마땅치 않아 하신다.
 ‘딩동’ 반가운 소리에 화면을 보니 친구 유진이었다.
  “머해?”
  “그냥 있어. ㅋ ㅋ ”
  “지금 집에 아무도 엄써요. 나만 두고 친척 지브로.......”
  “심심하삼? 그럼 껨 한 판 때리삼.”
  “헐.”
  “이게 무슨 말이야?”
 한창 신나게 친구와 쪽지를 주고받는데 어느새 엄마가 내 뒤에 서 계셨다.
  “뭐가?”
 친구와 쪽지를 엄마가 본다는 생각에 나는 괜히 화가 나 퉁퉁 거렸다. 그런데 엄마도 나처럼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셨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약속했던 30 분이 지난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방을 나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컴퓨터를 끄고 나올 때까지 약속 시간을 서너 번을 알려 주시던 엄마가 오늘은 아무 말씀 없으신 것이 좀 이상했지만 나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짐짓 모른 척 했다.
  “동영아, 잠깐 이리 와 봐라.”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왜요? 제가 뭐 잘못 했어요?”
  “엄마가 일부러 본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 하고 쪽지 보낼 때 너도 인터넷    용어를 쓰더구나.“
  “그게 어때서요. 다른 친구들도 모두 쓰는데. 그리고 요즘 그렇게 하지 않    으면 무시당한다구요. 재미로 하는 건데.......“
  “엄마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만큼은 인터넷 용어 보다는 제대로 된 글    을 썼으면 좋겠다. 말이 인터넷 용어이지 평상시에도 쓰잖아. 그뿐이니?     알림장이나 편지를 쓸 때도 쓰면서. 그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다    보면 오히려 익숙해져서 혼돈스럽지 않겠니? “
  “.......”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하는 것 보다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먼저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
 엄마의 말씀을 듣고 나서야 나는 엄마가 왜 그렇게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계셨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우리말을 써왔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우리는 머릿속으로는 우리에게 우리말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막상 생활 속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우리말 보다는 외래어를 더 많이 쓰고 인터넷 상에서도 우리말을 마음대로 변형한 인터넷 용어를 쓰고 심지어는 ‘뷁, 쇍, 왥’이라는 뜻도 없고 발음도 되지 않는 말까지도 만들어 쓰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용어들을 평상시에도 스스럼없이 쓰게 되고 오히려 제대로 된 맞춤법을 잘 모를 때도 있다. 또 그렇게 생겨난 말들은 대부분 거칠어서 자칫 감정을 상할 때도 있다.
 우리들이 자연을 함부로 다루어서 환경 파괴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우리말을 함부로 써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정신적인 파괴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명의 발달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적인 풍요로움이다. 그리고 ‘우리의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비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말을 쓰는 우리들이 언제 어디서나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한다.
  ‘엄마, 엄마가 하시는 말씀 잘 알아들었어요. 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인터    넷 용어는 쓰지않을게요. 컴퓨터로 친구들과 쪽지를 주고받을 때나 핸드폰    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바르고 고운 말을 쓰겠어요. 이 번 기회에    우리말에 관련된 사이트에 회원으로 등록해서 우리말에 대한 공부도 하고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우리말 지킴이가 돼볼까? 어때요, 엄마? 좋은 생각이    죠? 그러면 컴퓨터 앞에 좀 오래 앉아있어도 되죠? “
  “뭐라고? 참, 나.......”
  내말에 엄마는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으시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특하다는 듯 환하게 웃으셨다. 우리들 모두 고운 마음으로 인터넷을 사용하여 바른 인터넷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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