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고] 온라인 악플 막으려면 '선플 달기' 생활기록부 반영 복원해야 [26.05.06]
관리자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선플재단 이사장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선플재단 이사장

우리 사회의 온라인 언어 폭력이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적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야구인 추신수는 가족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하를 일삼은 이들을 고소했다. 악플의 칼날은 분야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향하고 있다. 영국의 해리 왕자 또한 10년 넘게 이어진 ‘사이버 불링’에 맞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악플은 특정 개인이나 국가의 문제를 넘어, 문명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전 지구적 차원의 디지털 전염병이 됐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사전 예방에 있다. 올해로 20년을 맞이한 선플운동의 철학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일찍이 선플운동의 확산 단계에서 울산광역시교육청이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분석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선플운동을 도입해 실천한 학교들의 학교폭력 발생률이 도입 전과 비교해 50% 이상 급감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긍정의 언어와 상호 존중의 문화가 정서를 순화하고 폭력성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백신’임을 증명해 보인 사례다.

확실한 인성 교육을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누구나 영어 회화를 잘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수능에서 실용 영어 출제 비율을 늘리는 것이듯, 실효성 있는 인성 교육은 선플 달기 사회봉사 시간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고 대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2024학년도 대입부터 ‘학교 밖 봉사활동’이 대입 미반영 사항으로 분류되면서 청소년들의 사회봉사 참여가 80% 이상 급감했고, 선플 활동을 통한 봉사시간 인정과 생활기록부 기재가 사실상 가로막혔다.

어린 시절 길가에서 쓰레기를 주워 본 아이는 자라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디지털 세상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격려와 위로의 글을 써본 경험은 공감 능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인성 교육이다. 입시 공정성이라는 기계적 잣대가 이 소중한 교육의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선플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반영하는 제도적 창구를 복원해야 한다.

더욱이 요즘은 생성형 AI 기술로 악플의 생산과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디지털 초가속’ 상태에 진입했다. 이젠 AI를 악용해 수만 건의 정교한 혐오 표현을 순식간에 양산할 수 있다. 이 거대한 파고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부와 관련 부처는 선플 활동을 정규 교육 과정의 핵심 인성 교육 과제로 격상하고,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낮춰야 한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역할이 절실하다. 소통 창구로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만큼 부작용 치유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술적 필터링을 넘어 선플 문화 확산을 위한 시스템적 지원과 공익적 기여에 앞장서길 기대한다. 인터넷 플랫폼이 증오의 배출구가 아닌 따뜻한 응원의 광장이 될 때, 비로소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가치도 빛날 것이다.

나아가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선거철마다 난무하는 막말과 악플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독설 대신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의 표를 얻는 품격 있는 후보들을 보고 싶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무기가 아니다. 악플러 한 명을 처벌하기보다 한 명의 선플러를 길러내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 모두가 ‘선플 백신’ 보급에 힘을 모아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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